#공모전 #디아르노셀 페란의 말에 따르면 목표로 하고 있는 ‘미상의 괴물’은 나우르의 가장 큰 숲 중 하나인, ‘회한의 숲’에 있다는 것 같다. 이름조차 뜨뜻미지근한 숲에 숨어서 호시탐탐 나무꾼을 노리는 괴수의 모습이 살짝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런데, 기록관 양반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에 자원했지?” 게보그는 잠시의 침묵도 견딜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의 진영은 이렇다. 앞에서 페란이 일행을 이끌고, 바로 뒤에 엘과 에레나가 붙어 호위와 주변의 감시를 한다. 원호를 맡은 에디는 1선과 최후방 사이에 배치되어있다. 원래라면 에디가 나와 동행해야하지만, 페란의 지시로 호위는 게보그가 맡게 되었다. “자원이라기보다는, 스승님의 명령으로 왔다고 봐야죠.” “명령? 이 일이 그렇게나 중요했다니, 나도 몰랐어.” 게보그는 가볍게 웃었다. 그는 생각보다 가벼운 사람이었다. 한량 같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실없는 소리를 하며, 실없이 웃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다. 아니면 어딘가를 외면하기 위한 최선이라 생각해서 일지도 모른다. 실없이 사는 것이. “게보그 씨도 아까 전에 엄청 진지하게 듣지 않았나요?” “페란녀석이 충분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말이야. 그런 척 했던 것뿐이지.” “하긴, 나우르의 ‘에이기스’ 용병단이면….” “쉿.” 에디가 검지로 입술을 누르며 말했다. 게보그는 전과 다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기록관 양반. 내 뒤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나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면서도, 품에서 기록용 종이를 꺼냈다. 웬만한 일로 찢어지지 않고, 마법으로 파괴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 시상의 탑에서만 사용하는 고급스러운 종이었다. 물론 그를 아는 것은 시상의 탑에서 나오지 않는 기록관뿐이다. 잉크대신 검지에 마법을 부여해 펜처럼 휘갈기기 시작했다. 현재의 날씨, 습도, 그리고 바람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정적을 하나하나 기록한다. 이제 시작인 건가. 가슴을 움츠리지 않는다면 내 심장소리가 바깥에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흥분되기 시작했다.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면, 펌프질 되어 올라오는 혈액의 밀집대형에 머리의 냉정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을 거다. 나는 냉정이란 단어를 소리 없이 중얼거리며 전열의 상황을 지켜봤다. 페란은 쭈그리고 앉은 채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고, 엘은 무릎을 꿇고 앉아 뭔가를 중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