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관료가 되었을까? -어릴 때는, 무지하게 많은 꿈과 특기와 관심이 있었다. 물론 저번에 밝힌 나의 신조답게, 이상적 체계를 찾고자 했다. 당시 나의 이상적 체계라는 생각은, 지금 내가 소망하는 '이상적 체계'보다 매우 방대한 개념이었다. 이상적 체계를 위해 나는 수학, 과학, 마법, 존재학-인류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는 이종족이라고 할 만한 존재들도 많으니까, 나름 이름을 붙여 보았다-등 많은 곳에 쏘다니고 있었다. 제일 먼저 관심을 붙인 이학적 학문들, 하지만 그곳에 이상은 없었다. 고대의 어느 수학자에 의해서 우리의 수학 체계는 완전하지 않음이 밝혀졌고, 과학은 마법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 또한 완전은 없었다. 수많은 마법 계열과 마법 학파들이 난무하였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시대에는 위브릴이라는 마법의 왕국이 대륙에 혼돈을 불어넣는 상태다. 한마디로, 수학은 스스로 무너졌으며, 과학은 짓밟히고, 마법은 분열했다. 그럼 나는 어디서 이상과 완전을 찾아야 할까. 그 다음에 나에게 다가온 학문은 인류학, 즉 살아있는 존재의 이성에 관한 학문. 이 아르노셀 대륙에 존재하는 종족은 인간뿐만이 아니니, 나는 존재학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아르노셀의 모든 존재는 필멸했고, 불완전했다. 세 여신이나 과연 완전할까. 모든 개체는 스스로 모든 것에 통달하고, 이성적이며, 완전히 중립적인 데다 불멸하기까지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 관료로써 이곳에 있는 것일 테다. 결국 스물이 되었을 때, 나의 깨달음은 국가라는 복잡하디 복잡한 기계에서 끝을 맺었다. 물론 아르노셀 대륙이 세워지고 수많은 부족과, 공동체와, 왕국과, 제국이 세워졌다가 스러졌다. 하지만 그러한 멸망은 다른 국가에게 깨달음이, 진보가 되어왔다. 국가의 불완전성은 수학에서의 불완전성과는 달리, 그 자체에 내포된 모순이 아니었다. 극복할 수 있고, 진보할 수 있으며, 갈아끼울 수 있는 비합리였다. 국가라는 존재의 집합에 관한 이상적 체계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나는 국가-즉 기계의 한 부품으로써, 핵심 부품에 가까워지고 마침내 완전하고 이상적인 체계의 편린이라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번의 아르노셀 대연합이 이상적인 진보이기를. 제국이여, 존재의 집합으로 이뤄진 기계여, 만수무강하소서. 체드윅 페르지노 브리크리덴 집권 17년 모일, 아카드 S. 리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