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르노셀 #공모전 페란은 그 소리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녀석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을 노릴 뿐이다. 이윽고 괴수가 수많은 실이 엮여 팔처럼 보이는 것을 높게 쳐들었을 때, 페란의 신호가 내려졌다. 게보그는 숨을 가득 삼키고, 오스트리킨 무리를 조우했을 당시보다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덕분에 괴수는 팔을 쳐들다가 멈칫했고, 잠깐 빈틈이 생겼다. 페란은 순식간에 돌진해 팔과 몸의 이음새 부분을 베었다. 몇 가닥의 힘줄들이 뜯겨나가 바닥에 뒹굴었다. 괴수는 비명을 지르며 페란을 공격했지만, 방패로 가볍게 막고 뒤로 물러섰다. “생각보다 질겨. 검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어.” “에레나는 가능할 거 같아?” “확신은 못해.” 게보그의 표정이 페란과 같이 급격히 굳어졌다. 게보그는 도끼로 바닥을 찍었다. 당시에는 아마 시선을 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란은 게보그에게 정신이 팔린 괴수에게 다가가 한 번 더 칼집을 먹였다. 역시나 힘줄은 나뒹굴었으나 별다른 치명상은 입히지 못했다. “에레나, 할 수 있겠어?” “저렇게 굼뜬 녀석한테 내가 당하겠어?” “그럼,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줘. 괴수의 겨드랑이 부분이야.” 에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란은 그 사이 한 번 더 괴수의 공격을 받아냈다. 처음과 달리 여유롭지는 못했으나, 아직까지는 방패가 견고하게 버텨줄 수 있는 것 같다. 에레나는 괴수의 몸을 휘감듯 좌우를 돌아다니며 공격했다. 괴수는 처음에는 움직임을 쫓기 급급해 몸을 이리저리 돌렸고, 공격이 누적되면 될 수록 거슬리는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허나, 에레나를 맞추기엔 정확도가 부족한 단순한 몸부림이었다. 에레나가 잠시 물러서서 녀석의 동태를 보는 동안, 에디는 화살로 괴수의 머리 부분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살은 가볍게 튕겨 나갔다. 에디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뭔가를 깨닫고 에레나에게 소리쳤다. “에레나, 물러서!” 하지만 에레나의 날쌘 몸짓을 막기엔 늦었다. 이미 겨드랑이로 파고든 에레나가 자신의 단도를 찔러 넣으려는 찰나, 몸에서 하나의 팔이 더 생겨나 에레나를 붙잡았다. 두 다리가 공중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검을 놓쳤다. “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 게보그만이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돌진했다. 에레나를 붙잡은 팔을 도끼로 내려찍었다. 팔이 두 동강나진 않았으나 에레나를 구해낼 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