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디아르노셀 2. “이번 의뢰를 먼저 확인하고 온 ‘엘’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봐온 녀석들과는 달라. 최소 용종(種)중에서 소형 축에는 낄 정도의 크기, 형체는 뭔가 알 수 없었다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해.” “저기, 질문을 좀 해도 될까요?” “그래.” “어느 부분을 ‘강조’한 건지 모르겠는데. 뭐가 중요하다는 건지.” “형체.” 첫 만남부터 침묵을 지키던 두 사람 중 에레나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여전히 두건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청록색에 가까운 눈동자를 가볍게 굴리며 말을 이어갔다. “모든 짐승이나 용종들은 형체가 있어. 땅을 기어 다니면 다리가 없을 것이고, 하늘을 난다면 날개가 달려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거대한 발톱을 휘두른다거나, 무식한 곰이라면 그런 색의 털을 가득 두르고 있겠지.” 그녀는 턱으로 내 로브를 가리켰다. 곰. 한 해의 절반 이상이 겨울인 위브릴에는 하얀 털을 한 곰들이 있었다. 대부분 온순한 외모를 지녔지만, 핏방울 하나가 설원에 떨어지기도 전에 먹잇감을 낚아챌 정도로 무서운 포식자이다. 시상의 탑에 기록실에 있는 ‘위브릴의 생태’란 서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포식자에게 찢겨나간 생물의 삽화가 생생한 그림체로 새겨져 있었다. 간담이 서늘했다. 그 이후로는 공부를 핑계로 곰을 보기 위해 망원경을 빌리는 일은 없었다. 에레나의 짧은 말 한마디에 그때의 충격이 기억나는 것 같았다. 살짝 소름이 돌아 몸을 떨었다. 에디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그분이 당부한 것처럼 너는 최후방에서 우리의 사냥에 대한 내용을 기록할 거니까. 정 뭐하면 내 옆에만 붙어있으면 되고.” 페란은 짧은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지금 중요한 건 에디처럼 위로하는 것도, 에레나처럼 겁을 주는 것도 아니란 듯. 다시 시선이 페란에게 쏠리는 사이 게보그는 굵은 팔뚝으로 굳게 팔짱을 꼈다. “형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상대의 약점을 파악할 수 없다는 거야. 최악의 경우에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순수하게 힘 대 힘으로 맞붙는 것뿐이지.” 바보가 아닌 이상 페란의 말의 의미를 모를 수 없었다. 특히나 기록관이자 위브릴의 출생자인 나는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혼자서 마법을 다룰 때도 그 마법이 어떠한 것이고, 어떤 형태로,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모르면 구현해낼 수 없다. 그게 불이나 피우는 작은 마법이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