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르노셀 #수습기록관 햇빛이 너무 밝아, 울창한 숲의 나뭇잎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따사로운 날이었다. 그런 날이면 너는, 멀지 않은 작은 동산 위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을 주우러 가곤 했다. 그 하얗고 얄팍한 꽃잎을 가슴에 한 아름 품고서,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그 아이’에게 몇 개씩 쥐여주곤 했다. 너는 둥글게 톡 튀어나온 이마를 어루만지길 좋아했다. 늘 부끄러움을 가득 안고 사는 어린아이의 버릇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모습을 보는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 동네 ‘가움’의 사람들에겐 한없이 사랑스러운 애교였다. ‘그 아이’도 똑같이 생각해주었으면. 너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오후에는 꼭 돌아와야 한단다.” 너는 대답 대신 웃음을 터뜨리며 집을 나섰다. 평소에 입지도 않던 주름 많은 푸른 원피스를 입고서 동산에 올랐다. 오늘도 이름 모를 꽃은 따스한 햇볕을 품고자 활짝 입을 벌렸다. 하나, 둘. 숫자를 세어가며 꽃의 왕관을 만든다. 미리 챙겨둔 줄기에 재주껏 꽃을 엮고 엮는다. 가움의 거리를 쏘다니던 일, 저녁이 너무 늦었다는 핑계로 그 아이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했던 일, 울창한 숲의 초입을 모험했던 일. 물론 그날은 크게 혼이 났다. 작고 불그스름한 두 볼보다 더 빨갛게 부어오를 만큼 종아리를 맞았었다. 하지만 그날은 너보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눈물을 많이 흘렸더랬다. “열 둘. 됐다.” 잠깐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 작은 왕관은 행복해야만 하니까. 너는 웃는다. 가움의 모든 이가 사랑스럽게 여기는 미소를 피우자, 꽃이 시샘이라도 난 것처럼 후드득. 떨어졌다. 너의 곱슬거리는 붉은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다. 어째서 갑자기 날이 스산해지는 걸까. ‘그 아이’가 오래 기다리는 게 아닐까.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너는 그 걸음이 가움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될 것이란 걸. 너는 알지 못했다. 마을 어귀는 소란스러웠다. 평소 같으면 몇 마디 말을 붙이던 문지기 ‘알렘’ 아저씨의 무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아까의 바람보다 큰바람이 불기 전에 대비하는 건지, 갑갑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알렘 아저씨는 너를 보자마자 황급히 달려왔다. 뒤뚱거리는 폼이 꽤 웃겼지만 너는 웃지 못했다. “얘, 뭐 하고 있어? 얼른 집으로 돌아가라.” 너는 몹쓸 짓이라도 한 아이처럼 화관을 뒤에 숨기고 주춤주춤 알렘 아저씨의 옆을 지나갔다. 아저씨는 곧 마을의 장정들과 ‘칼’을